진행중 ㅣ 2025.05.28.

마을형 순환 장보기 생태계 구축 사업 <고령 공유상점>

  • 제안기간: 2025.05.21. ~ 2025.05.28.
  • 작성자: 이준호
  • 작성일: 2025.05.21. 16:39
  • 조회수: 4

고령군 읍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생활 편의시설은 급격히 사라집니다. 대가야읍을 제외한 다산면, 운수면, 덕곡면 등 다수 지역에서는 슈퍼나 약국 하나를 찾기조차 어렵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가 차량 없이는 장보기나 약 타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고령화율이 높고 독거노인 비중이 높은 마을일수록 이 문제는 거의 생존에 가까운 과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이동판매차’ 같은 방식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주기성이 낮고, 서비스 품목이 매우 제한적이며, 주민이 수동적으로 기다려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구조는 효율도 낮고 자립성도 떨어집니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제안하는 건 **‘고령 공유상점 시즌제’**입니다. 이 모델은 농촌형 오프라인 커머스를 자율 순환 구조로 설계한 프로그램으로, 각 마을별 일정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시즌형 마을상점’을 공유 플랫폼 기반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시즌은 분기별로 운영되며, 1회당 3주 내외, 특정 마을 1개소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참여자는 지역의 청년 사업자, 마을 어르신, 퇴직자 등으로 구성되며, 장소는 폐창고, 빈집, 마을회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합니다. 상점의 품목은 식료품, 생필품, 의약외품, 잡화뿐 아니라 주민 수요에 따라 고쳐 쓰는 옷, 간단한 농기구, 책, 라디오, 비누 등도 다루며, 자체 제작물과 지역 특산품도 함께 판매합니다.

핵심은 ‘운영진 중심의 기획형 상점’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지역 자원을 편집하는 셀프 유통의 형태라는 점입니다. 상점 운영자는 장보기 품목 수요조사와 공급처 섭외, 가격 책정, 배치 설계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마을 단위의 공동구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초기 홍보를 병행합니다. 일부 품목은 미리 신청을 받아 예약 주문 방식으로 구성하며, 제품의 절반 이상은 타 마을 시즌상점으로 순환되어 이동합니다. 이렇게 되면 물류 효율성도 높아지고, 마을 간 물건과 정보가 교류되는 상생 모델로 확장됩니다.

운영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는 시즌 기획과 품목 조사, 2단계는 공간 세팅과 품목 수급, 3단계는 판매 운영 및 순회 프로그램(동네 요리교실, 중고책 나눔, 공유카트 만들기 등), 4단계는 정산 및 다음 시즌 연결입니다. 각 시즌이 끝날 때마다 온라인 기록 보고서가 발행되고, 이후 마을 기록관 또는 공유 아카이브 사이트에 등록됩니다.

이 사업의 가장 강력한 차별성은 ‘생활권 기반 커머스’를 계절적 감각과 순환성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입니다. 단일 점포 중심의 고정형 구조가 아닌, 계절별 마을별 수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이동하고 변형되며 지속된다는 개념입니다. 이를 통해 고령과 같은 소규모 분산형 농촌 지역에서 기존 마을상점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적합성도 매우 높습니다. 고령군은 면 단위로 떨어진 마을이 많고, 청년층이 일부 귀향하여 창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고정 매장은 어렵다는 판단을 많이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시즌제 상점’은 창업 부담이 적고, 공동체 기반으로 운영되며, 단기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년 유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순회 운영 구조를 통해 한 마을의 성공 사례가 인근 마을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홍보 전략은 전통적인 방법과 디지털 방식을 함께 병행합니다. 초기에는 각 면사무소, 마을회관, 이장 단톡방 등을 활용해 직접적인 방문과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이후에는 SNS 채널(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 등)을 통해 ‘이번 시즌 상점 오픈 지역’과 ‘가장 많이 팔린 품목’, ‘이번 주 주민 리뷰’ 등을 콘텐츠화하여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더 나아가 상점 운영자 자체가 브이로그나 스냅 콘텐츠를 찍고, 그것이 다시 지역을 알리는 창구로 기능하도록 지원합니다.

이 실험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사는 방식’을 다시 디자인하는 구조입니다.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는 농촌에서, 함께 소비하고 함께 기획하는 활동을 통해 동네에 또 다른 이유와 리듬이 생기게 하는 것. 고령군이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농촌 라이프는, 어쩌면 그렇게 시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순환하는 작은 상점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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