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산림치유길 고립형 명상 콘텐츠 개발
- 제안기간: 2025.05.21. ~ 2025.05.28.
- 작성자: 서동진
- 작성일: 2025.05.21. 16:50
- 조회수: 39
봉화군은 산림면적이 82%에 이르는 지역으로, 그만큼 숲이 일상과 가장 가까운 자원입니다. 하지만 그 자원은 관광으로 소비될 때는 다소 평면적으로 활용됩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가벼운 등산이나 계곡 나들이에 그치며, 산림이 갖는 심리적 회복 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접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단기 번아웃 여행자, 비대면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혹은 사회적 소외감을 겪는 1인 방문객 등은 기존의 활기찬 프로그램보다는 정적인 체류 콘텐츠를 찾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에 반해 현재 봉화에서 운영 중인 산림 프로그램은 다수 체험형, 활동형, 교육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혼자, 조용히, 감정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길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걷는 길’은 분명히 있지만, 그 길을 '정서적으로 걷는 방식'은 아직 제안되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따라 본 사업은 봉화 내 숲길 중 일부 구간을 고립형 명상 콘텐츠 특화 산책길로 재구성하여, 지역 정체성을 담은 산림치유 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사업 명칭은 **「소리 없는 산을 걷는 사람들」**이며, 방문객이 말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안내 표지 없이 지정된 코스를 따라 걷고 머무르며, 조용한 명상 상태를 유지하는 구성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전체 코스는 1.5km~2.5km 내외의 낮은 경사 숲길로 구성되며, 출입은 하루 10명 이내 사전 예약제로 한정합니다. 코스 입구에서는 간단한 심리 상태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와 함께 감정 상태 기록 카드(예: 오늘의 기분: ○슬픔 ○불안 ○무기력 등)를 작성하고, 휴대폰은 대여 봉투에 넣어 출입구에 맡긴 후 입장합니다. 안내 간판은 최소화하고, 코스 중간에는 사운드 없는 무음 가이드 단말기를 제공하여, 자연 소리나 걷기 호흡을 안내하는 식의 청각 중심 산림치유 콘텐츠가 포함됩니다. 길 중간마다 지정된 명상 쉼터가 3개소 설치되며, 각 쉼터에는 연필과 작은 메모지, 철제 편지함이 비치되어 참가자가 느낀 점을 익명으로 기록해 남길 수 있습니다. 일부 편지는 추후 익명 동의 하에 봉화 SNS에 게시됩니다.
코스 마지막 지점에서는 조용히 누워 쉴 수 있는 넓은 데크 공간과 함께, 수목원 해설사 혹은 산림치유사가 대기하며 짧은 대면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단, 상담은 희망자에 한해 이뤄지며, 주요 목적은 ‘경험의 정리’와 ‘정서적 안전’ 제공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운영은 봉화군 산림녹지과, 봉화국유림관리소,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공동 주관할 수 있으며, 초창기 콘텐츠 개발은 심리치료사·산림치유사·기록작가·음향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고요 콘텐츠 개발 TF’를 구성하여 진행합니다. TF에서는 코스 내에서 재생될 음향 요소(바람소리, 걷기 박자, 자연채집 소리 등)를 녹음해 봉화 전용 고요 콘텐츠 라이브러리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추후 유료 콘텐츠 구독이나 관광청 제공 데이터로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모색 가능합니다.
이 사업이 기존 산림관광 콘텐츠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별점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어떤 활동도 강요되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좋고, 걷지 않고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능동적 ‘비활동’을 통해 마음을 회복하려는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의미 있는 침묵’을 욕망하는 중장년층에게 매력적인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적합성 측면에서도 봉화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에서의 접근성은 낮지만, 바로 그 고립성이 정적 경험에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군 전체에 걸쳐 휴식형 숙소(한옥 민박, 치유펜션 등)가 다수 분포되어 있으며,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연계 시 고급 힐링여행지로의 브랜딩도 가능합니다.
향후 홍보는 SNS 콘텐츠보다는 오히려 에세이형 리뷰 콘텐츠, 감성 뉴스레터, 고요함을 키워드로 한 출판물 등을 통해 조용히 확산시키는 것이 타겟과 부합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아예 ‘소리 없는 광고판’, ‘무음 영상 광고’ 등을 활용하는 기획도 가능합니다.
궁극적으로 봉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의 숲’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서, ‘소리를 비워주는 산’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조용히 걷는 한 사람의 경험이, 그 지역의 조용한 매력을 가장 강하게 증명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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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