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중심 공동체 문화 공간 조성
- 제안기간: 2025.05.21. ~ 2025.05.28.
- 작성자: jhs
- 작성일: 2025.05.21. 16:35
- 조회수: 5
솔직히 말해서 상주는 도시라고 하기도, 시골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데가 맞습니다. 중심지 조금만 벗어나면 전봇대마다 감나무가 한 그루씩 있고, 시장도 오후 세 시면 조용해지거든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시간은 유유하게 흐릅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 속에 갇혀버린 것처럼 사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습니다. 경로당에서 TV만 보거나 혼자 식사하고 돌아가는 일상 말고, 조금은 문화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도 분명 있으신데 그걸 어디 가서 어떻게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이런 분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자전거관 옆 동네극장’은 상주 자전거 박물관 옆 유휴 공간(예: 폐상가나 폐교 일부)을 활용해 마을단위로 조성하는 시니어 전용 공동체 문화공간입니다. 이곳은 영화도 보고, 혼자 책도 읽고, 누군가와 조용히 수다 떨 수도 있는 동네형 복합쉼터이자 활동거점입니다. 공간 자체는 크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아담하고,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은 철저히 시니어 눈높이에 맞춰 구성합니다. 아침엔 ‘건강 산책 영상’과 함께한 차 한잔, 오전엔 음악회 영상 시청, 오후엔 마을 이야기 듣기 모임, 주 1회는 지역 대학생이나 청년예술가가 와서 함께 하는 미술, 낭독, 스마트폰 교육 등의 소소한 강좌가 열립니다. 이용료는 없거나 하루 1,000원 정도의 자율 기부로 운영되며, 식사도 마을 부녀회와 협업해 소규모 ‘1식 반찬’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상주시에는 자전거 박물관이라는 상징적인 장소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건강한 노후’, ‘바퀴 위의 삶’ 같은 메시지와도 닿아 있기 때문에, 박물관 옆에 이런 생활형 문화공간이 붙는 것은 상징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배치입니다. 그리고 자전거 박물관을 찾은 외부 관광객들에게도 이 공간은 오히려 신선한 풍경이 될 수 있습니다. 전시관 옆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영화를 보고 있는 풍경, 그것 자체가 상주다움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공간으로는 서울 성미산 마을의 ‘마을미디어극장’이나 일본 오카야마현의 ‘치치부 작은 영화관’이 있지만, 그들과 가장 큰 차별점은 여기가 관광 동선 한복판에 있다는 점과,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누구를 위한 공간이냐가 아니라 누가 이 공간을 꾸려가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실제 운영은 마을별 시니어 협동조합 혹은 경로당 운영위원회가 맡되, 상주시 도시재생센터나 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기획과 장비 등을 1차적으로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일자리와 연계해 ‘동네극장 활동가’ 같은 직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공간의 일부는 작은 찻집, 간이 북카페, 소규모 바느질방 등으로 운영되며, 주민의 욕구에 따라 천천히 변화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정말로 바꾸고자 하는 건 공간 그 자체보다, 어르신들이 자기 동네에 머물며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는 감각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젊은 사람들과 섞이지 않아도, 익숙한 말씨와 풍경 속에서 조금은 다채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자전거관 옆 동네극장’이 만들어내는 가장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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